도서 상세정보


돌봄과 철학

저자홍은영

  • 발행일2016-08-18
  • ISBN978-89-304-0302-3(93510)
  • 정가16,000
  • 페이지수364
  • 사이즈신국판

도서 소개

보건의료 영역에서의 인문학적 사유의 필요성에 관하여

보건의료와 건강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발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양질의 진료와 의료서비스를 기대하는 국민, 점증하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건의료계와 줄다리기를 하는 정부, 이에 대해 의료의 자율권과 전문직으로서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는 의료인 단체가 점점 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게다가 2000년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의료화(medicalization) 현상, 즉 일상적 삶과 죽음의 현상 및 사건들이 모두 의학적 판단과 개입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 상황은 삶의 문제를 돌봄의 체계 속에서 재편성해야 할 과제를 우리에게 부여하고 있다.
보건의료의 영역은 이제 단순히 국민건강만을 다루는 국지적 분야가 아니라 국가의 자본, 사회적 구조, 사회복지 문제를 포함한 정치적 요소 등과 맞닿아 있는 핵심적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노령 인구의 급증,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따른 의료 시스템의 변화 등은 보건의료 시스템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는 간호학의 영역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제는 제한적인 간호학적 지식만으로는 포괄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 가운데 있는 의료인에게는 전문적인 관련 지식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역량뿐만 아니라 거시적으로 보건의료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사회 통합적 시각 등 다른 영역의 역량이 요청된다. 즉, 기존의 학문적 접근방법 이외의 다학문적(multidisciplinary)이고 학제간적(interdisciplinary) 접근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질병치료와 간호 및 위생의 측면에서 건강문제에 접근해왔다면 이제는 인간의 질병, 고통 및 죽음에 대한 생물학적, 사회심리학적 관점의 통합적 이해능력과 공감능력 및 해석능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질병과 고통 및 죽음의 실존적 의미를 생리적, 사회적, 철학적, 심리적, 종교적 차원 등을 통하여 통합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이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쟁점을 파악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요청되고 있다. 또한 임종에 대한 사회적 의미가 변화하면서 죽음에 이르게 된 인간을 단순히 처치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직면한 개인의 삶에 대한 이해와, 질병과 고통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돌봄의 차원에서 공감하고 이해할 필요성 또한 생긴 것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과학적 지식의 양적 증가와 넘쳐나는 지식은 숙달해야할 지식의 양을 급속도로 팽창시킴으로써 건강문제와 관련된 사회적 패턴과 유형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인간의 인식 변화와 수용 등에 대한 요소들을 성찰하고 개념화할 시간을 상대적으로 빼앗아 갔다. 세분화된 듯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건강문제와 관련된 사회적 양상들을 우리 문화의 틀 내에서 해석하고, 생애주기 전체가 의료의 영역 내에 편입되어 있는 현시대에 맞는 돌봄 체계를 합리적으로 구축해나가기에 현존하는 간호지식 체계만으로는 어렵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간호학계뿐만 아니라 의학계에서도 대두되어 각 주요 의과대학마다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예컨대, 서울대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3년부터 PDS(Patient-Doctor-Society)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세대에서는 의료 인문학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교과과정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CDP(Curriculum Development Project) 프로그램을 2004년부터 실시해오고 있다. 또한 가톨릭대 의대에서는 2006년, 인문사회의학과를 설립하여 의학교육의 혁신을 위한 교과프로그램을 개정하여 철학교육을 필두로 한 ‘옴니버스 의료인문학’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고려대 의대 또한 2008년 의료인문학(Medical Humanities) 심포지엄을 계기로 의학교육 체계 내에 철학 교과목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교육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의과대학의 인문학 연계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발 빠른 대응에 비하면, 간호대학은 사실상 적잖이 늦은 감이 있다. 생의학에 기초하여 질병치료가 중심인 의학의 영역보다는 오히려 질병을 포함하여 인간의 삶에서 발생하는 고통의 문제를 포괄적 맥락에서 접근하고 치유하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둔 간호학은, 더 일찍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철학, 사회학, 심리학 등을 통한 인문학적 사유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에게 아픔이란 신체적 고통을 의미했고 이러한 신체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급격한 의료화과정과 의학기술의 발달은 질병 자각 이전에 질병을 검진하고 치료하며 우리의 삶 전체를 의료 시스템 내에서 관장하게 되었다. 더구나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환경은 예전에는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사회적 폭력 및 빈곤으로 인한 자살 문제를 양산시켰으며, 성과 관련된 다양한 범죄와 그와 관련된 건강 문제를 배태시켰다. 또한 과거에는 개인의 고통을 각자가 짊어진 자신의 문제로부터 발생한 곤경으로 이해했지만, 이제는 사회구조와 경제 시스템, 정보 체계 등이 산출하는 다양한 형태의 예측 불가능한 고통이 개인의 삶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질병 도식과 건강 패러다임만으로는 복잡한 현대사회의 보건의료 문제를 해명하거나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최근 들어 변화를 겪고 있는 간호교육의 비전 또한 새로운 간호교육 패러다임의 실현과 융합 연구를 통한 특성화 및 경쟁력 있는 리더양성을 토대로 신뢰받는 간호대학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교육, 연구, 돌봄을 통해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열린 세계관을 지닌 세계화된 진정한 간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문학적 사유를 토대로 한 간호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은 불가피한 시대적 요청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화 문맥을 읽어낼 수 있는 글로벌 시대에 맞는 지식 창출이 필요할 뿐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건강문제와 시스템을 파악하고 급변하는 사회공학 테크놀로지를 읽어낼 수 있는 그에 적합한 간호전문가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인문학 연계교육을 통한 커리큘럼의 작은 변화를 통하여, 의료 보건 및 건강문제를 담당하는 최고의 전문가를 키워나갈 수 있는 기반을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이 이러한 간호대학의 교육 변화에 부응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의 바람은 없을 것 같다. 여전히 미흡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 같아 출간에 앞서 많은 걱정이 앞선다. 모쪼록 독자들의 질책을 통해 조금씩 나아질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l 차례 l

1. 철학이란 무엇인가?
1) 철학적 탐구
2) 철학의 주요 물음들

2. 간호 철학
1) 의료 학문 분야와 철학
2) 간호 철학이란 무엇인가?
3) 간호 철학의 탐구적 특성

3. 비판적 사고란 무엇인가?
1) 비판적 사고능력의 필요성
2) 비판적 사고에 대한 개념 정의
3)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과학적 사고의 차이
4) 비판적 사고교육의 실제
5) 비판적 사고력을 넘어(창의적 사고능력의 도출)
6) 비판적 사고와 그 적용

4. 간호와 비판적 사고
1) 간호에서의 비판적 사고
2) 풋내기 사고와 숙련된 사고
3) 간호과정과 비판적 사고

5. 간호학에서의 핵심적 개념들
1) 인간에 대한 이해
2) 질병 개념의 분석
3) 고통의 문제
4) 환자와 이야기

6. 건강담론과 의료화 현상
1) 건강담론에 대한 탐구의 필요성
2) 푸코의 담론이론과 삶에 대한 권력
3) 건강, 질병 개념의 변화와 의료화과정
4) 의료화 현상과 푸코
5) 건강담론 다르게 바라보기

7. 우리 시대의 죽음담론
1) 죽음담론에 대한 탐구의 의미
2) 변화하는 죽음 관념
3) 우리 시대의 죽음 현상 : 죽음을 추방하는 사회
4) 죽음의 의료화과정
5) 죽음관념의 역사적 특수성
6) 현대사회에서의 죽음의 특수성
7) 우리 시대 죽음의 에토스를 넘어서

8. 의료인의 역할과 전망

9. 간호학문에 응용가능한 현대 철학 사조
1) 실증주의
2) 현상학
3) 해석학
4) 프래그머티즘
5) 분석철학
6) 삶의 철학
7) 정신분석학
8) 실존철학
9) 구조주의
10) 후기 구조주의
11) 인간 본성에 관한 생물학적 결정론

부록: 푸코와 ‘자기 돌봄’의 윤리학
1. 들어가는 말
2. 고대 그리스에서의 성적 쾌락과 도덕적 실천의 문제
3. 윤리학을 매개로 한 푸코의 문제 틀
4. 윤리적 실천과 주체
5. 존재의 미학으로서의 윤리학
6. 예술 작품으로서의 삶
7. 개체화와 전체화를 지양하며
8. 맺는말 : 권력과 저항 사이에서
 

저자 소개

■ 홍 은 영

철학박사(현대유럽철학전공). 고려대학교에서 간호학과 철학을 전공한 뒤, 동대학원에서 문학석사,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DEA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푸코와 몸에 대한 전략’(철학과현실사), ‘성 철학’(민음인)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돌봄과 치유의 철학’(철학과현실사), ‘푸코’(웅진지식하우스), ‘구조주의’(울력)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푸코와 생물학적 성담론’(2008, 철학연구), ‘질병, 몸 그리고 환자의 문제’(2009, 의철학연구), ‘푸코와 자기배려의 윤리학’(2012, 철학연구) 등이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